
가난 예찬 / 김관식
귀를 씻고 세상 일 듣지를 말자.
피에 젖은 아우성
저마다 가쁜 호흡을 지키기 위해
사나이는 모름지기 곡괭일 들고
여자여, 너는…….
세리(稅吏)도 배고파 오지 않는 곳,
낮거미 집을 짓는 바람벽에는
썩은 새끼에 시래기 두어 타래……
가난! 가난! 가난 아니면
고생! 고생! 고생이랬다.
단정학은 야위어 천 년을 사네,
성인에게 가는 길은 과욕(寡慾)의 길.
밭고랑에서 제 땀방울을 거둬들이는
지나(支那)의 꾸리(苦力)와 같이
세월을 목에 감고 견디어 보자.
가만히 내 화상을 들여다본즉
이렇게― 언구렁창에 내던져 마땅하리라.
눈으로 눈이 들어가니
<눈물입니까.> <눈:물입니까.>
요지경 같은 세상을 떠나
오늘도 나는, 누더기 한 벌에 바리때 하나.
눈포래 윙윙 기승부리고
사람 자국이 놓인 적 없이
흰곰만 아프게 소리쳐 우는 저,
천산북로(天山北路)를 넘는다.
-『다시 광야에』, 김관식, 창비 -
* 눈이 지겹도록 내린 연휴,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한 친구의 푸념이 느껴지는
날들이다.
몰아부치던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맞은 긴 연휴.
폭설로 밖에 나갈 수 없음이 오히려 호재다.
세상만상에 내리는 눈,
하늘 하늘 날리던 눈은 쌓여 단단해진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다보니 내일에 대한 기다림만
늘어났다.
마치 고도를 기다리듯.
오늘을 살 것을 현자들은 그토록 신신당부 했건만
소귀에 경 읽기가 되어 버린다.
불현듯 오늘을 만끽하며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오늘에 더 마음껏 살아보자 생각하니
풍요롭고 충만해진 기분이다.
한결 가볍게 삶을 대할수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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