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으로 계절은 흐른다.
계절은 오고 가고 시간은 흐르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아무리 숭고한 마음을 품었더라도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산다.
먹어야 하고, 그 먹은 것을 다시 배설하여야 살 수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쉼없이 먹어대고 정신을 흐리려고 마셔대며
더욱 탐욕하기 위하여 화장실에 줄을 선다.
비가 내리는 구나,
어찌할 수 없는 가족의 아픔을 감내하고
삶의 부득이함을 받아들이며
귀찮은 것은 옆으로 치워 버리고
읽던 책은 싫증을 내어 본다.
절실한 이 찰나의 껍질을 벗겨내 보니
안은 텅 비어 있구나.
그 안의 정체를 보는 것이 진정 생소한 일이던가.
몸만 아프지 않았더라면,
막걸리가 참으로 절실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