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에게
누나, 이곳은 강원도 월정사.
팔자 좋구나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ᄒᄒ
공양간에서 자원봉사로 일하며 지내고 있어.
안 해본 일이고 또한 운동부족으로 잠자리에 들때면 손발이 저릿저릿해.
뺀질거리며 사는 내게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할려니 힘들지..
200명 분씩 세끼 요리하고 설거지 하는데 하루가 그냥 지나간다.
40여 년 이렇게 지나갔는데, 앞으로 40여 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해.
참으로 사연많은 집안에, 가슴 절절히 안고사는 가족들이 생각만으로도 코끝이 찡하네...
잠깐의 휴식동안에 경내에 있는 기념품 판매소를 둘러보다 이런 책 제목을 봤다.
‘언젠간 이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우습게도 이런 글귀를 보면 가족생각이 먼저 난다.
몸이 너무 고단해, 하루 1000배의 설레임은 그저 설레임으로 끝나고 말았다.
고단함도 고단함이지만, 짬을 낼 시간도 만만치 않다.
처음 며칠은 하루 108배도 버거웠지만 지금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108배를 한다.
한번의 108배에 간절함을 담아 깊은 절을 하려 마음으로 기도한다.
첫 108배에 ‘엄마, 엄마, 엄마...’
두번째 108배에 ‘아빠, 아빠, 아빠...’
세번째 108배에 ‘누나, 누나, 누나...’
네번째 108배에 ‘여동생, 여동생, 여동생...’
만배의 절로 나의 간절함을 기도할 수 있을까.
어차피 이세상에 와서 한세월을 같이 살면서 이런 마음 아림만 가지고 산다니...
생각만으로도 마음아픈 우리인데.
서로 있는 자리에서 잘 사는 것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리라.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인데 남의 눈 의식하고, 남과 비교하니
가진 것으로는 괴로운 법이지.
홀로 비오는 날 맨발로 전나무 숲을 걷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과거에 행했던 것들이 지금의 결과를 만드는 법이다.
지금 우리의 모든 것도 과거 우리가 행(카르마)했던 것들의 결과일뿐.
이 한세월 멋지게 살아보자.
- 2009년 7월 18일 누나에게 보낸 편지 -
* 어린시절 나는 술을 일찍 배웠다.
고등학교시절 싸구려 독한 술을 마시며 술이 줄어드는 병을 몇번이고 쳐다본곤 했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럴때가 있다.
더 좋은 술을 수십병 살 수있는 지금도 술이 줄어드는 병을 노파심과 같이 힐끔거릴 때가 있다.
그럴때는 필히 술이 몹시도 마시고 싶은 날인터인데...
끝에 도달하여 '아차'하며 후회하지 않도록 다짐하고 담금질하지만
재빠른 세월에 멀리 쳐다보는 것만 익숙해진다.
아,
어쩔때는 간절하고 간절하다.
내가 할 수있고 없음을 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