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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팔짝

진실, 반어적 진실 - 유안진


진실, 반어적 진실

- 유안진


꽃은 떨어지기를
순결은 더렵혀지기를
기록은 깨어지기를
문은 열리기를
벽은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 진실로
아침은 저녁을
가을은 겨울을

이 시대는 다음 시대를
이 세상은 다른 세상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거미줄을 통과한 서풍이
저녁놀 내려앉은 탱자 울을 넘어 가다가
느닷없이 찔려서 피를 흘리는
평상시가 비상시로
출입구가 비상구로
사랑이 증오로
돌변하는 변덕도 도둑같이 온다는 것을
알면 병이 되고
모르면 약이 되는 것들

- 유안진, '진실, 반어적 진실', 거짓말로 참말하기 -


* 내 쫓기듯 떨어지는 낙엽도 결국은 다시 올 봄에 새잎으로 돋아 나지 않던가.
혼돈은 통일을 통일은 혼돈을 향하는 것.

기왕 시시껄렁할거라면 제대로 즐기기라도 해보자.

때때로 삶은 길을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