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있다 / 백무산
생각이 아뜩해지는 날이 있다
노동에 지친 몸을 누이고서도
창에 달빛이 들어서인지
잠 못들어 뒤척이노라니
이불 더듬듯이 살아온 날들 더듬노라니
달빛처럼 실체도 없이 아뜩해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언젠가 아침 해 다시 못볼 저녁에 누워
살아온 날들 계량이라도 할 건가
대차대조라도 할 건가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삶이란 실체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말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 '그런날이 있다', 백무산, 인간의 시간-
* 노동시인이라 단호하고 직선적이다.
노동자들의 삶이 그러하지 않던가
밥벌이에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은 모두 노동자들이다.
채무의 빛 잔치를 벌이듯
하루종일 머리에 숯덩이를 이고 조바심 내던 날,
하루가 찰나같지만
돌아보면 천년같다.
겨우 정신을 차려 넘기는 소주한잔은
안도의 한숨도
비탄의 속울음도 아니다
그것은 정말 그 무엇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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