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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팔짝

만일 네가 두려움이 없다면 너의 용기가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

 

....
이미 밤이 깊었는데도 돈 까밀로는 될 수 있는 대로 성당에 오래 있고 싶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예수님 상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으므로 제단에 사다리를 세워 놓았다.

금이 간 곳을 석고로 메우고 그 위에 칠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가 별안간 한숨을 쉬었다.
예수님께서 낮은 목소리로 물으셨다.

"웬일이냐, 돈 까밀로. 요즘 통 기분이 우울한 모양인데, 독감이라도 걸렸느냐?"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예수님“
돈 까밀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두렵습니다."
"두렵다고? 도대체 무엇이 두렵단 말이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만일 그걸 안다면 두려워 하지도 않을 겁니다.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뭔가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스무 명이 한꺼번에 총을 들고 저에게 달려든다 해도 두렵지 않을 겁니다.

그런 건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혼자서 무기도 없이 싸우려면 곤란할 뿐이지요.
바다 한 복판에서 헤엄칠 줄도 모르는 채 허우적거린다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곤란할 뿐이지요.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마음에 느껴지는 위험이 있습니다.

생판 낯선 길을 눈을 가리고 걸어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믿음을 잃었는냐, 돈 까밀로?"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영혼은 주의 것입니다.
그러나 육체는 땅위의 것입니다.
믿음은 위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육체적인 것입니다.
저는 굳센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열흘동안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제 목은 말라 버릴 것입니다.
믿음이란 주께서 주시는 시련으로서 고요한 마음으로 그 목마름을 참는 데에 있습니다.
예수님,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수많은 두려움을 몰아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두렵습니다."

예수님께서 웃으셨다.
"저를 경멸하십니까?"
"그럴리가 있나, 돈 까밀로.
만일 네가 두려움이 없다면 너의 용기가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
...

- '신부님 힘을 내세요', 조반니노 과레스키(Giovannino Guareschi) -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의 3탄.
웃음, 해학, 감동,따뜻함..
모든 것이 있는 책. 이 보다 더 인간적인 책이 있을까.
그러면서도 폭소와 감동과 교훈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책.
아무것도 하기 싫거나, 아무것도 못 하겠거나, 무엇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단박에 미소를 만들어내는 책.
꼭 김명곤이 번역한 것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역자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