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위에는 수 많은 장애가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생각과 감정이겠다.
이 둘은 태어나면서부터 교육되어진 것으로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원천이자
스스로 이미 문제를 알고 있다는 최면과 같은 그럴싸한 '고급단계'의 뒤에 숨어 있다.
마치 나는 언제든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정작 담배를 끊을 수 없는
가장 커다란 이유인 패러독스와 같은 우화처럼.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하자'를 스스로 알아챈다는 것이 곧 그 '흠'이 치료되었다는 것으로
착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하자'는 건재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상심하여 통렬한 반성을 하지만
돌림노래같이 그 순서도는 반복될 뿐이다.
어느정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발견은 그리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그냥 생겨났겠는가.
그러니 내가 나아지고 있고 성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느낌일 뿐이지 사실이 아니다.
왠만해서는,
정말 왠만해서는 변할 수 없다.
타고난 그릇이 쉽게 커지고 작아질 사안은 아니지.
천고불변의 진리가 있어 모든 것은 내게서 시작되나니
그 '고급단계'의 시류도 거슬러 올라가면 '나'라는 여기가 될 것이다.
'내'가 쓰레기, 똥만 만들어 내는 줄 알던 시절도 머리가 트이기 시작해 건방을 떨던 시절도
모두 '여기'에서 만들어 진다니...
생각도 근육과 같이 단련이 되어 무시하면 그것들은 희미해지지만 문득 한코를 꾀이면
그 위세가 맹렬하다.
어쩌겠는가,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다져온 그 단단함이 그리 쉽게 흩어지겠는가.
떨어지지 않는 감기로 설잠에 깨어나니 이 실감나는 꿈과 같은 생각과
뭉게 뭉게 피어오르는 애틋함이여.
그리하여 그 무한루프와 같은 순서도를 기꺼이 따라가고 만다.
이미 사라져 없어져 버린 지난날의 '나'라는 것들이 만들어낸 일들과 그것들과 엮히고 설킨
또 다른 크고 작은 순서도들.
노래를 불러 본다.
"꽃이 너를 사랑할 때까지
너는 꽃을 사랑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