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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팔짝

사랑에 대한 단상 - 이해인



1
나의 사랑에선
늘 송진 향기가 난다

끈적거리지만 싫지 않은
아주 특별한 맛

나는 평생
이 향기를 마시기로 한다
아니 열심히 씹어보기로 한다.

2
흔들리긴 해도
쓰러지진 않는
나무와 같이
태풍을 잘 견디어낸
한 그루 나무와 같이

오늘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
슬프도록 깊은 사랑이여
고맙고 고마워라

아직도 내 안에서
휘파람을 불며
크고 있는 사랑이여

3
내 마음 안에
이렇듯 깊은 우물 하나
숨어 있는 줄을 몰랐다

네가 나에게
사랑의 말 한마디씩
건네줄 때마다
별이 되어 출렁이는 물살

어디까지 깊어질지
감당 못하면 어쩌나

두려워 하면서도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낯선 듯 낯익은
나의 우물이여

- 이해인, '사랑에 대한 단상',
외딴마을의 빈집이 되고싶다 -


* 흔히들 말하는 내적 단단함은 아무렇게나 쉽게 만들어 지는게 아니다.
내적 파람소리와 함께 내공은 강해진다.
기교의 빈자리를 채우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터득한 이해인 수녀.
다른 기독교인들도 이제는 다른 이들을 향한 창을 거두고 이러한 투명함을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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