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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팔짝

그리운메이아줌마 - 신시아라일런트(CynthiaRylant)

신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기를 기다린 거야.
위녕, 시험은 잘 보았니?
내가 물으면 너는 언제나처럼 태연한 목소리로 '아니' 하고 짧게 대답하고 씨익 웃겠지?
엄마는 무슨 소린가 지당한 말을 하고 싶어서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냥 널 따라 웃고 말겠지.

"시험 못보고 불행해 하는 것보다 시험 못보고 웃기라도 하니 참 다행이다." 아마 이렇게 말하면서.
그럼 우리는 마주보고 한바탕 웃을 지도 몰라. 함께 복숭아 맛이 나는 차가운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너의 친구들의 자잘한 일을 듣고 있겠지.

엄마는 오늘 네가 학교에 간 사이 네가 그렇게 읽어 보라고 오래 전 부터 내게 권하던
'그리운 메이 아줌마'라는 책을 읽었단다.
그리곤 아주 오랜만에 살짝 울었어. 그것은 말하자면 아주 감미로운 말이었단다.
감동받았거든.
엄마는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작가의 영혼에 수화기를 대고 있는 느낌을 받아. 마치 청진기를 대고

그 가슴의 고동 소리를 듣는 그런 느낌, 때로는 마음이 같은 사람의 글을 읽을 때는

가슴과 가슴에 파이프를 대고 있는 것 같기도 해.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그 사람의 슬픔과 고통을 받아들이기도 하지.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네 말대로 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별 사건도 없고, 별 시련도 없고 특별한 등장인물도 없는데 책장을 다 덮고 나서
그 책을 한 오분이라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고 싶어지는 그런...

서머 ( 이 소설의 주인공, 여름이라는 뜻의 소녀.네 말대로 너무 이쁜 이름이었다! )가

자기를 키워주던 메이 아줌마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후 이야기는 시작된다.
트레일러에 사는 나이가 많은 부부.
얼마나 가난한지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겠지.
그러나 서머는 그곳에서 사랑을 발견한단다.

"나는 그렇게 애틋하게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처음 보았다 (...)
어느 날 밤 오브 아저씨가 부엌에 앉아 메이 아줌마의 길고 노란 머리를 땋아 주는 광격을 처음 보았을 때,
숲속에 가서 행복에 겨워 언제까지나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으니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그처럼 사랑 받았을 것이다."
참 이상하지. 엄마도 얼마 전에 이런 생각을 했거든.
아무리 누구에겐가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리는 그 사람 만큼 울 수 없어. 그런데 어떤 사람이 행복하거나
진정한 사랑을 하거나 숭고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은 울지 않아도 우리는 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까, 어떤 사람에게 생겨난 특별한 슬픔을 우리는 다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어떤 사람에게 있는 특별한 사랑과 행복, 혹은 숭고함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그런게 아닐 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엄마는 서머가 이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을 보고 자신이 울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거야.

그 가난하고 늙은 부부는 그렇게 서머를 키워낸다.
그렇게 6년의 세월이 흐른 후 메이 아줌마가 저 세상으로 가버린 날 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오브 아저씨는 공허함 속에서 세월을 보내지.
어느날 우연히 이웃 도시에서 어떤 영매가 죽은 사람을 불러낸다는 소문을 듣고

메이 아줌마를 다시 만나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다.
'슬퍼하는 아이를 보면 금방 알아보는' 오브 아저씨와 함께 말이야.
메이아줌마는 어떤 사람이냐고 함께 떠난 서머의 친구가 물으니까, 오브 아저씨는 대답하지.
서머는 아저씨가 "삼 년동안 부은 적금을 타서 대패를 비롯한 공구를 사준 일이나,

서머가 아플 때 36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간호해 준 일을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
매일 오브 어자씨의 아픈 무릎에 연고를 발라준 일이나 서머가 여름 밤 그네를 타고 있을 때
"아가야 내 사랑스러운 아가야"하고 불렀던 일만을 이야기하지.
책을 읽는 엄마의 마음이 뭐랄까, 이때서 부터 건드려 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연히 영매를 찾는 일에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오지.

그리고 모든 운명적인 일이 그렇듯 우연히 메이 아줌마의 글을 발견하게 된단다.
메이 아줌마를 잃었던 상실이 너무 커서 울지도 못했던 서머는 그 글을 읽고 울기 시작한다.
흠, 재미있는 이야기군, 읽어 나가던 엄마도 그 무렵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건 이런 귀절들 때문이었다.

" 한 때는 하느님이 왜 너를 이제야 주셨을까 의아해 하기도 했지.
왜 이렇게 다 늙어서야 너를 만났을까 하고 (..)
신은 우리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기를 기다리신 거야.
아저씨와 내가 젊고 튼튼했으면, 넌 아마도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필요한 아이인지 깨닫지 못했을 테지. (...)
우리는 모두 가족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았고 하나가 되었지.
그렇게 단순한거 였단다"

위녕. 엄마는 요새 많이 쇠약해 있단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쇠약한 것이, 결핍을 느끼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에게 좋은 책을 권해주어서 고맙다.
시험을 좀 못 보아도 웃어주어서 고맙다.
자 오늘도 좋은 하루!

- 신시아 라일런트 (Cynthia Rylant) -


* 간절함이 없으면 기도가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끊임없이 크고 작은 기도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간절하고 절실한가...
가치가 있는 것에 그렇게 절실한 적이
얼마나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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