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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팔짝

발작 - 다비드베(DavidB)

 


원제: L'Ascension du Haut-Mal(간질의 승천)
- 다비드 베 (David B)

내게도 아픈 여동생이 있다.
그래서 어둠과 우울함으로 가득찬 이 만화책을 이해하며 작가의 일기와도 같은 토로를 받아들 일수 있다.
가족 중 누가 한명이라도 아프면 모든것은 멈춰버린다.

군생활을 하고 두번째 휴가를 나와보니 여동생이 이상했다. 우울증이란다.
밝던 애가 그러고 있으니 속이 뒤집히는거 같았다.
짧은 휴가를 끝마치고 복귀할 때 얼마나 마음이 안좋던지...

수 년 후에 동생은 완치판결을 받고 집에서 은행심부름을 하는 등 예전 생활을 되찾았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늦은밤, 아마 새벽 1시가 넘었던 것 같다. 동생이 없어졌다.
엄마랑 같이 자던 동생이 없어진 것이다.
나는 밤새 동생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눈물을 쏱으며 밤새 길거리를 헤매였다.
새벽예배를 하던 교회에 들어갔다. 십자가를 보며 동생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나라 모든 교회에 불을 질러버릴거라 마음먹었다.
그것을 기독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분노와 같았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신을 떠올리며 협박을 했다. 내겐 이성이 없었다.


다음날 출근을 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겠는가.
오후에 집에서 전화가 왔다. 동생이 돌아온 것이다.
평소 동생에게 엄한 내게 엄마는 뭐라고 하지 말라시며  당부를 하셨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니 동생이 멋쩍게 웃으며 "오빠 미안해" 하는 것이다.
잘못에는 칼날과 같이 날카롭던 나는 어색하게 "어" 하며 내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그날 이후 동생을 혼자서는 어디에도 나가지 않는다.
부모님들이 겁이 나셔서 꼭 같이 다니시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 정도만이라도 감사하다는 듯.
나는 작가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이면의 무언가도 감지할 수있다.
처음에는 너무 어두운배경이 조금 거북도 하고 때때로 짠한 마음이 들곤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따뜻하게 정리가 되어 홀가분했다.

나는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생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이라 마음이 더욱 흡족하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서툴겠지만, 세월이 흐르면 동생도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30대 후반에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동생에게 오빠는 출근 첫날 하이파이브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