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을 지나 공사다망하더니 봄의 끝자락, 아니
입하를 지났으니 이미 하늘에는 여름이 와 있다.
나라가 어수선하니 만인이 어수선하다.
미뤘던 공부와 책 읽기로 세월을 보내보자 마음먹고
세상사와 떨어져 유배같은 생활을 하고자 했는데.
실상은 공부도 더디고 책도 눈에 안들어오고
게으름과 뱃살만 늘어나 버렸다.
집에 가져다줄 생활비 벌고자 소일거리 알바를 하며
마음껏 먼 곳 쳐다보니 하루에도 골 백번의 철학자가
되곤 한다.
그리고 즐긴다. 비록 몸은 고단할지라도...
‘시절이 안 맞으면 무능한 세월을 보내니’
못 해볼 각오가 무어 있겠나.
치매가 심해지는 아빠의 생일모임에서 수 년만에
소주를 시켜드리고 건배를 하였다.
소주 반병에 취기가 올라 집으로 가시는 길 내내
콧노래를 부르시며 기분 좋아하셨다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것으로 된 것’의 아귀가 빈틈없이 맞아 떨어졌다.
수레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