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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보자 팔짝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저녁 무렵에 숲속을 거닐다가 어린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참새처럼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듯
방망이로 심장을 두들기는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서
밤 한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갔기 때문이란다.
아 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저 사람들,
재화를 손해 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게 된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밤 한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으리라.

- 정약용,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유배지로부터의 편지 -

* 밤 한톨이 전부라고 생각을 했겠지
우리가 전부라고 하는 것들이 있잖은가
한때는 부모가 전부고
한때는 친구가 전부고
한때는 좋은 대학이 전부고
한때는 좋은 직장이 전부고
한때는 사랑이 전부고
한때는 자식이 전부고
그리고 한때 또 한때...

달관까지도 갈 필요 없이 참으로 간단한 이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