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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전하는말-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 이해인, '비가 전하는 말', 작은 위로 -


* 내 가슴에 빗금을 그은 날...
겸손으로 견딜 수 없는 것이 있잖아요.
수녀님, 그렇답니다.
바가지에 물이 차면 넘치듯이
모든 것을 다 담으며 살 수는 없지요.

제 순진함에 가슴 아픈게 한 두번이 아니지만
그 허망함은 언제나 또렷하기만 합니다.
정작 같이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요?
'지인'이라는 말이 아픔처럼 느껴지는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