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은 내가 아닙니다.
나는 이 몸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나는 경계 없는 생명입니다.
나는 태어나지 않았고 죽지도 않습니다.
비롯됨이 없는 시간 이래로
나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웠습니다.
태어남과 죽음은 단지 우리가 통과하는 문들,
우리 여정의 비밀한 문턱들일 뿐입니다.
태어남과 죽음은 한바탕 숨바꼭질 놀이입니다.
오늘 우리는 만납니다.
내일 우리는 만날 것입니다. 매 순간 근원에서
우리는 만납니다.
온갖 삶의 모양들로
우리는 서로 만납니다.
- 틱낫한 스님, '틱낫한 기도의 힘' -
* 비가 내리는 날이다.
비는 사람을, 특히 나를 감성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하다.
이런 날 나는 조금 더 감성적이고, 조금 더 사색적이다.
보고 싶은 사람은 더 자주, 더 애틋하게 떠오르고
그러한 관계에 평소보다 조금 더 감사한다.
이 유한하고 끝이 뻔히 보이는 이 생을 다르게 살고 싶어
그 의문들에 지난 세월 부대끼며 살아왔었고
다행스럽게도 나름대로는 지도를 얻게 된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조바심나는 것들은 내게 위세를 부리곤하는데
씩씩하던 내가 힘이 빠질 때가 그러한 순간이다.
내가 확신하는 것들 이외의 것들에 서툴때가 있다.
속물이 되지 말자 다짐하던 나는 때때로 아이같은 철부지, 애같은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사랑의 힘을 확신하는 나는 종종 집착이나 내 방식을 요구하는 속좁음으로 그 서툼이 확인되기도 한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는 모습들...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은지 오래되었지만, 그 대상이 내 울타리에 있는 사람이면
금새 겁장이가 되버린다.
언제쯤 우리는 매 순간 만날 수 있을까.
베란다 창밖으로 비오는 풍경을 만나볼까나.
'뛰어보자 팔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테의 戀歌 (1) | 2023.03.20 |
---|---|
마음 꿰뚫기 (1) | 2023.03.09 |
젊은날 - 백기완 (2) | 2023.02.16 |
혼자 웃다 獨笑(독소) (0) | 2023.02.15 |
수심은 많고 술은 적지만 (0) | 2023.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