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땐 - 이승철

노을가에 우두커니
나홀로 서서
빨간 석양을 바라보다가
너무 빨리 사라져간
그 빛이 이젠 어둠으로
언덕 위에 쌓여갈 때
어디로 갈 곳 없는 나
어두운 방에 갇히고
새벽빛을 기다려야 해
떠나야 할 땐 울지말고
웃으면서 가는거야
사랑없는 세상 속에
서 있는 나를
누가 날 위해 울어줄 건지
내가 없는 세상이
더 아름답다면
나도 이제 떠나야 옳은 걸까
그리운 나의 사람들
어디에 가서 찾을까
너를 오늘 꼭 보고 싶어
떠나야 할 땐 울지 말고
웃으면서 가는거야
- 이승철, '떠나야 할땐', 1집 part II -
이승철이라는 시대의 한획을 긋는 뛰어난 보컬리스트.
그를 처음 접했던 것은 부활이였다.
김태원은 마치 이승철을 위해 작곡한 듯 그의 보컬은 김태원의 감성적인곡들과 너무 잘 어울렸다.
그가 솔로로 데뷔를 하고 여러개의 빅히트 곡들을 내놓을때도 그저 그룹을 박차고 나간
아이돌가수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단순 보컬리스트 이상인 것을 알게 된 것은 그의 3집으로
-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이승철 앨범 - '가까이 와바', '후회'등은 참으로 인상적이였다.
나는 지금도 이 앨범이 그의 가장 뛰어난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수많은 히트곡과 숨은 명곡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활동을 하며 앨범을 내 놓고 있으니 현재 진행형 가수이기도 하다.
그가 솔로로 데뷔했을 당시 안착할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에는 부활의 좋은 곡들을 리메이크한 이유도 있지만
- 마지막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 바로 박광현이라는 좋은 작곡가를 만났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박광현은 이승철의 음악적 업그레이드뿐만 아니라 대마초라는 인생굴곡의 업그레이드(?)도 가져온 듯 싶다.
하여튼 이 시절 박광현은 몇 차례 대마초 사건으로 교도소를 드나들더니 전면에서 사라져 버리고
이승철도 비슷한 길을 가는 듯했지만 크고 작은 위기들을 잘 넘기게 된다.
박광현 특유의 몽혼한 느낌을 이승철은 잘 살려내고 있는데 특히나 떠나야 할땐은 시종일관 느리게 진행되는
- 아마도 이승철곡중에 가장 느린 곡이 아닌가 싶다 - 대곡으로 박광현 특유의 색깔이 돋보인다.
노랫말도 참 좋은데 가사는 놀랍게도 당시 고등학생이였던 도윤경이 썼다.
취기가 적당히 오르고 또한 감성이 충만할 때 부르는 '떠나야 할 땐'은 들어주는 이가 없어도 상관없다.
아니 이 노래를 부른다는건 이미 그런 기대없음을 전제로 한다는게 맞겠지 이승철 노래중에 나의 베스트 곡이다.
'내가 없는 세상이 더 아름답다면
나도 이제 떠나야 옳은걸까.'
박광현이 독백처럼 만든 노래를 곡에 빠져 스스로를 향한 노래로 불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