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팔짝

내노동으로 - 신동문

mydoorstone 2022. 12. 9. 23:17



내노동으로

-신동문

내 노동으로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하듯이
바친 청춘이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 맛도 모르면서
밤새워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창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쓸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

- 신동문, '내 노동으로', 신동문 전집 -


* 그렇게 청춘을 보낸 이들의 삶이

남들이 곱게 머리 빗고 되지도 않는 술자리의 고성과 교육되어진 낭만을 기계처럼 되풀이 할때,
홀로 무언가를 쫓던 외로움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던가.
어느 순간 결심하면 다다를 수 있는 그런 방학숙제 같은 것이던가.
믿고 싶지 않은 삶의 믿음들을 무너뜨리며 살아온 날들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라면.
그런 받아들임을 무수히 지나왔건만 고작 결심 하나로 무임승차가 된다면...
안되는 일은 물러나는 것이 미덕임을 모르지 않지만,

아픔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습성은 과욕을 부리곤 한다. 몸이 아프면 쓴 약으로 되겠지만
마음이 아프면 어찌해야 하나.
무엇도 할 수 없음이다.
그저 견디어 낼 도리밖에.
마음을 듣는 지혜가 없어 내 간절함은 또 다시 허공속으로 퍼져 버리겠지
어쩌며 좋을까,
귀막고 눈감은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