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지난날
mydoorstone
2022. 12. 9. 11:39
무의식에 남아 있는 과거의 기억들로도 벅찬데 지난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꾸역 꾸역 쌓아두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세월감을 두려워한 것일까.
홀연 잠에서 깨어 훈장처럼 쌓여있던 편지들을 정리했다.
마지막이라는 여전한 아쉬움으로 흘러가버린 아련함을 읽으며.
돌이켜보면 나는 참으로 행복한 청년이였다.
애정과 우정으로 넘치던 시절에도 당연한듯, 혹은 그들의 반응이 저급한 듯 오만하였다.
순진한 여자아이들은 별볼일 없는 내 당당함에 얼마나 가슴을 졸였으며 아상으로 뭉친 내 날카로움에
상처 입었던가.
혹시 나는 그것을 즐기지는 않았는지...
나와의 작은 추억들도 행복으로 간직하며 작은 가슴 진정시키고 손을 내밀기 까지
몇 날 몇 밤을 망설이고 고뇌하였을까.
그 타버린 잔해들은 오롯이 글과 글 사이에서 연기 날리며 식지 않고 있었다.
이제 나는 그것들을 자유시키며 나 또한 자유를 얻으리라.
지난 나의 30대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뇌의 강이였다.
그렇다고 그 시절을 낭패라 여기겠는가.
그 몰매와 같은 몽둥이 찜질이 없었다면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내게는 진정 부끄러움이 널려 있음을 모른체 강물 깊음을 모르고
그 물결에 명백히 놀아났을 것이다.
갈갈이 찢기어지거나 예우를 받아 촛불에 타는 부끄러움들은 내 바람들과 함께 녹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지난 세월의 부끄러움으로 내 양심의 새살은 돋아날터이다.
마치 비가 비루하게 내리는 날에 오히려 당당함을 얻듯
살을 버리고 뼈를 취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