딛고

願我能

mydoorstone 2023. 5. 27. 20:16


- Beyond, '願我能', Beyond Live 1991 -

* 중국 노래는 시적이다.
경극의 영향 때문인지 정서 때문인지 하여간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홍콩어(광동어)는 한때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영화때문에 일찍히 친숙해졌다.

그래서 홍콩노래를 들으면 홍콩영화의 잔영들(영웅본색, 천장지구, 천년유혼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기분또한 그렇게 되는 듯하다.

홍콩영화는 좋아했었도 - 예전 같진 않지만 지금도 홍콩영화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

가수들은 이름만 들어봤을 뿐 영 흥미가 없었다.
우리가 부르는 팝형태의 원조들인 서양음악에 빠져있었으니 그 질적인 차이때문에

더구나 언어적인 장벽때문이라도 관심이 없을 수밖에.

1997년이였던것 같다.
가난한 늦깍이 대학생으로 고생할 때였다.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 집에서 한끼씩을 때우던때, 몸도 마음도 많이 피곤해 있었던 시절이다.
차비가 없어 어느때처럼 여유롭던 친구가 차를 태워주었는데 차안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들 중에
이 노래가 있었다. 곡조가 어찌나 마음에 와닿던지 가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Beyond.


한창 락에 빠져있었던 어린시절 음악잡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 밴드였다.

그리고 그 이후 가끔 나를 태워주던 그 친구는 나를 태워줄때마다 나를 위해
이 노래만 반복적으로 틀어주었었다.
한자에 강하지도 않고 더구나 오래된 밴드라 아무리 찾아도 찾을 길이 없었다.

노래제목까지 모르니 찾을 길이 막막했다.

그렇게 15년의 세월이 흘렀던 어느날 밤,
무슨 바람이 났는지 미친듯이 인터넷을 서핑하며 끝장을 보겠다는 듯 여기저기를 뒤졌지만
만족할 만한 정보를 못구하다가 겨우 유투브에서 그들의 라이브영상을 찾게 되었다.

몇개의 라이브영상과 unplugged 영상을 하나 하나 모두 보면서도 하도 오래되서

노래를 들으면 기억이 날지 걱정스러웠는데 아, 드디어 찾게 된 것이다.
그 페이소스가 있는 듯한 곡조가 나오는 것이었다.
내가 찾던 곡은 1991년 라이브앨범에 있는 노래로 원곡은 1986년 영화 Secret Police

(홍콩제목은 기억이 안난다)의 사운드 트랙중 한곡이다.
원곡도 어찌 찾게 되어 다운까지 받아서 들어보았다.
기억에 대한 친숙함 때문인지 라이브버전이 훨씬 좋았다.
찾고나서 수십번도 넘게 밤새 반복해서 들었다.
그 시절의 기억들로 밤새 좁은 방안을 서성이고 서성이고...

라이브 영상을 보니 리더 황가구(黃家駒 Wong Ka Kui)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에게는 천장지구(원제: 天若有情)의 곡들로 잘 알려진 그이지만

곡을 만드는 음악인으로의 자부심과 능력도 뛰어난 듯 보인다.
한동안은 마치 홍콩 느와르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 바람을 가르며 주제가로 이 곡을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