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1 - 황지우
안부1
- 황지우 -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좋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 황지우, '안부1',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
거울을 보니 앞머리에 흰머리가 꽤나 있다.
새치가 많은 집안이지만 내 나이를 감안하면 흰머리가 나올 나이긴 하다.
엄마에게 염색을 해달라며 내 방앞 베란다에 풀썩 앉았다.
머리에 염색약을 바르시는 엄마.
"예전 쪼그맜을 때 같이 길을 가다 내가 숨으면 그 까만 눈으로 여기 저기를 둘러봤었는데
이제 흰머리가 다 나네"
이런 저런 예전 내 꼬맹이시절을 회상하시다가 툭 던지신 말에 울컥할 정도로 지금 이 순간이
간절하고 간절하였다.
"쓸데없는 소리한다. 잘 발라..."
눈물이 흐를까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감아버렸다.
세월이 가지 않았으면....
기억력이 좋은건지 난 3살 어린시절의 몇 장면들이 뚜렷하다.
지금의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젊은 새댁이 어려운 형편에 깡말라 허옇게 뜬 얼굴로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오래된 회의는 그 어린시절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 대한 연민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3살 나이에 엄마가 죽으면 어떻게 하나 하며 두려움의 눈물을 보였으니..
큰집의 외아들로 온갖 편의와 왕같은 호사를 누렸으나 내 기억에는 그러한 풍요보다는
가난한 젊은 엄마와 결핍에 익숙한 누이가 더욱 생생하다.
그러니 그 '가벼움에 대해선' 침묵을 할 밖에..
내가 어찌 할 수없는 당신의 존재와 언젠가는 치뤄야 할 마지막 이별이
여전히 내게는 가장 두려운 일이다.
나를 세상 최고의 겁장이로 만들어 버리는 그 두려움은 염색을 다하시고 나간 후에는
끝내 눈물이 되어 버렸다.
햇살 평화로운 이 아름다운 일요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