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팔짝

노독 - 이문재

mydoorstone 2023. 1. 30. 18:09



노독
- 이문재 -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 이문재, '노독', 노작문학상수상작품집 -


* 길 끝에 도달하였을 때, - 아니 그것은 도달이 아니다.
끝은 목표가 아니기에.
우리는 그저 다다를 뿐이다.-
그리 반갑지 않은 인상의 그 '끝'은 많은 것을 안겨준다.
때로는 너무나 벅차게시리.

아아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