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팔짝
탈상 - 허수경
mydoorstone
2023. 1. 25. 13:45
탈상
-허수경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 모를 흔들 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 땅 고추밭
햇빛에 몸을 말릴 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
- 탈상, 허수경,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있으랴 -
* 예전 친구 어머님 장례식이였다.
나를 포함한 동창들이 운구하여 땅속에 내리고 싸리눈 내려 비끄러운 산길을 내려와
서둘러 국밥에 소주를 마셨다.
많이 먹으라는 아버님의 말씀에 생각도 없는 술잔을 들이키며
산사람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거름이 되는 사람과 익어가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관이 커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