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팔짝
下山(하산) - 최승자
mydoorstone
2023. 1. 9. 17:40

下山
참으로 이젠 이해할 수 없는
한 세월 위에 또 한 세월을 눕히고
나는 이제 가야 합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근원적으로 피비린내나는
이 세상의 고요 속으로
나는 처음으로 내려서겠습니다.
어떻게 왜 그래도
이 세월은 흘러 가겠지만
어느 이름 없는 묘지에 다시 한번
할미꽃들 어우러져 피어났다 스러지겠지만
죽어도 눈감을 수 없을 때엔
죽어도 눈감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보다 더 무거운
더 괴로운 이파리 위에서라도
어디서나 흔들리는 피곤한 잎사귀 위에서라도
나는 하룻밤 단잠을 자고
확실하게 떠나겠습니다.
한 經典 (경전)이 무너지며
또 한 經典 (경전)을 세우며...
어머니 이것은 누구의 눈알입니까?
어머니 이것은 누구의 심장입니까?
- 최승자, '下 山 (하산)', 즐거운 日記' -
* 이 갸날픈 시인은 떠남과 돌아옴, 쌓음과 허물음을 반복한다.
그 상처가 제법 두터워지면 보여 주었던 몇 개의 단어들이 눈알이 되고 심장이 되는 것이다.
대체 이것이 무어란 말인가
눈알이고 심장이란 말인가...